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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문구 쌀 가족 배달을 다녀와서

2022-06-07

우양재단에서 어르신들께 직접 유기농 쌀과 무항생제 계란 등 신선식품을 나눠드리는 쌀가족 배달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막상 카메라를 챙겼지만... 어르신들을 처음 만나는 자리다 보니 무엇을 찍고 무엇을 이야기해야 할지 명확히 정리하지도 못한 채 간단히 준비한 질문 몇 가지만 가지고 출발했습니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


동행한 선생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는데, 이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여쭤보니 아주 오래전 교통사고가 인연이 되었다고 해요. 자동차 공포증 때문에 불편함을 겪으셨는데 이를 극복하고자 차를 이용한 봉사활동을 찾다 저희 우양재단의 쌀가족 배달을 맡게 되었고 벌써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함께 하셨답니다.

 10년 넘게 하셨다는 말에 깜짝 놀란 저에게 선생님도 스스로가 이렇게 오래 하게 될 줄은 몰랐다고 하시네요. 자동차 공포증만 고쳐지면 그만두려고 했는데 "꾸준히 도움을 드리고 관계를 형성하고자 하는 우양재단의 취지에 공감해서 오래 하게 되나 봐요"라며 웃음을 지으셨습니다.


 그 말이 꼭 맞게, 오늘 만난 어르신들은 짧게는 7년, 길게는 16년 가까이 우양재단과 인연을 이어오신 분들이었습니다.


반겨주시고 아껴주시고 사랑해주시고 요구르트도 주셨습니다

어르신의 집에 들어가 자연스레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요즘 밥은 잘 챙겨드시는지, 냉난방은 잘 하시는지 같은 질문부터 난초는 잘 커가는지, 가족은 자주 뵙는지, 교회는 다녀 오셨는지 같은 개개인에 이야기까지 관심 있게 질문을 하셨습니다.


흔히 하는 표현으로 '말 속에 뼈가 있다'고 하잖아요. 그날 선생님이 어르신들께 하신 말에는 어르신들 각자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있다고 느꼈습니다. 출발하기 전에 이런저런 질문을 드리고, 어떤 장면을 찍어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편안하게 농담을 나누며 대화하는 모습에 인터뷰는 잠시 접어두고 두 분의 대화를 찍는 게 훨씬 좋겠다고 생각했답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정말 사이가 좋으신 것 같다"고 말씀드렸더니, 선생님은 "처음부터 이런 건 아니었어요. 어르신들이 힘든 일도 많으시고, 사람에 대한 불신도 많으셨는데, 제가 자주 찾아뵙고 진심을 담아 이야기를 하니 어느 순간 마음의 문을 열고 속에 있는 이야기를 하시게 되더라고요"라고 대답하셨습니다. 언뜻 들으면 당연한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곱씹어 생각해보면 정말 그 방법 밖에는 없다는 생각이 들게 되네요.



직접 만나뵙고 나니 ...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각했던 분위기랑은 너무 달라서 그랬나 봅니다. 미디어에서 접했던 모습은 어르신들의 우울하고 힘없는 모습을 주로 보았었는데 직접 대면하고 나니 전혀 아니었거든요. 처음 만난 어르신이 산책을 다녀오시다 저희를 보고 멀리서부터 큰 소리로 인사하며 종종걸음으로 다가오시던 모습이 아직도 생각나네요. 나중에 알고 보니 산책을 하신게 아니라 미리 마중을 나오신 거라고 해요. 오랜 시간을 알고 지내다 보니 이렇게 미리 마중을 나오시는 분도 계시고, 발소리만 듣고도 문을 열어주는 분들도 계시다고 합니다. 이웃에 대한 관심이 사라져 가는 요즘... 특히 저는 누군가의 발소리가 들리면 반갑다기 보다는 무서워하는 편인데, 이런 모습을 보니 따뜻한 정이 남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먹거리 배달을 마치고 나서


'사복린이'라는 말을 아시나요? 아마 모르실 거예요. 제가 방금 만든 말이거든요. 사회복지와 초보자를 뜻하는 접미어인 '-린이'를 붙인 말이랍니다. 저는 어엿한 사복린이로서 먹거리 배달을 다녀왔고, 그 시간은 저 스스로 인지하지 못했던 질문들이 떠오르고 해소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 중 하나만 간단하게 소개하자면, 어떻게 다가갈 것인가? 라는 질문이었습니다. 이전에는 누군가의 마음을 열고 도움을 나누기 위해선 어떤 특별한 방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우양재단 쌀 가족을 만나뵙고 나서는 '돕고자 하는 작은 마음과 꾸준한 관심만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 라는 나름대로의 답을 내놓았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던져진 질문은...


그렇게 새로운 경험을 하는 내내, 마음 한 구석에서는 불편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여러 가지 질문이 떠오르는 와중에 '얼마나 많은 분들이 이러한 도움조차 받지 못하고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랬습니다. 

요즘들어 안타까운 소식이 많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누가 아버지를 죽였나-셜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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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아버지를 그리워할 자격이 있을까요?

제대로 아버지를 돌보지 못한 그런 제가 아버지를 그리워 해도 될까요?


21년 5월에 일어난 22세 청년 강 씨의 사례. 세상에는 '아버지를 굶겨 죽인 아들'로 보도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를 의아하게 여긴 한 기자의 탐구로 진실이 드러났습니다.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하다가, 결국 한계에 부딪힌 청년 간병인의 안타까운 사연.

기자는 가난을 드러내고 싶지 않아하는 사람들과, '가난한 사람다움'을 요구하는 현 복지시스템의 맹점을 문제 중 하나로 꼽으며

'어른들 중 한 명이라도 이 청년의 손을 잡았다면'이라는 말로 향할 곳 없는 아쉬운 마음을 뱉어냈습니다.



[30년 돌본 중증장애 딸 살해 친모 구속영장 기각-네이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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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미안하다. 함께 살지 못해서.


 22년 5월에 일어난 60대 어머니의 사례.

30년 간 딸을 간병하다 딸이 대장암 판정을 받자 극단적인 선택을 한 어머니의 사례입니다.

이 사례는 현재 진행형인 사건으로 많은 사람들로부터 연민을 받고 있습니다.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장애 가족에 대한 지원이 부족함을 지적하는 시선과

미처 돌아보지 않았던 자신들의 무관심을 반성하는 시선이 있었습니다.




왜 이러한 일들이 계속해서 일어나는지, 왜 어떤 사람들에게는 하루 하루를 살아가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는지...


이런 기사를 접할 때마다 같은 마음이지만 답을 내지 못해 답답하기만 합니다. 저 두 분의 사례를 보고 나니, 지금 물어야 할것은 두 사람의 죗값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책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다른 누군가에게 책임을 묻기 전에, 이번 쌀 가족 배달에 동행하고 느꼈던 것처럼 저부터 먼저 돕고자 하는 작은 마음과 꾸준한 관심을 가지려 노력하려 합니다.


 그렇게 누군가의 마음을 두드리고, 하루하루를 이겨내는 사람들의 손을 잡아 안타까운 기사에 슬퍼할 날보다 가슴 따뜻해지는 소식에 웃을 날이 하루라도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