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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환자 유동식 먹거리지원사업

2024-01-16


최근 뉴스를 보다가 눈여겨본 2개의 기사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서울시의 한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해 다치거나 누군가는 목숨을 잃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이후에도 후속 기사들이 쏟아졌는데요. 특히 한 30대 남성의 사연에서 많은 이들이 안타까움을 느꼈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30대 남성은 화마가 덮어오자 4층 높이에서 두 살 배기 첫째를 먼저 재활용 쓰레기 마대자루에 던져 목숨을 구한 후 7개월 된 딸을 안고 떨어졌지만 끝내 딸만 살리고 본인은 목숨을 잃었습니다. 위급한 상황에서 자식의 목숨을 먼저 살리는 소식은 이전에도 수없이 봐왔던 것이지만, 해당 기사를 읽고 더욱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두 번째는 한 60대 남성이 희귀병을 앓는 아내를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고 간병을 하다 지쳐 살해했다는 기사였습니다(링크). 최근 ‘간병살인’이라는 단어가 주목받을 정도로 많은 언론을 통해 나오고 있습니다. 유독 제 눈에 띈 키워드는 ‘60대’와 ‘희귀병’이었습니다. 아내가 받은 사회서비스는 요양보호사의 하루 3시간 지원이 전부였을 정도로,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습니다. 


곧 노인의 법적 연령인 65세를 앞두고도 직장에 다니던 남편이 아내를 돌보기까지 아무런 도움이 없었다는 것에 안타까웠습니다. 남편은 징역 5년을 선고받고 “용서는 빌고 싶지만, 후회는 없다”며 판결을 그대로 수용했습니다. 아픈 사람이나 곁에서 그를 돌보고 있는 사람의 처지를 겪어보지 않고는 헤아릴 수는 없지만 영상 매체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이해해 볼 수는 있을 것입니다.


영화 <실종> 포스터. 네이버영화


2022년 개봉한 일본 영화 <실종>에는 루게릭병을 앓고 있는 아내가 등장합니다. 타인의 도움 없이는 평범한 일상생활을 하는 것조차 힘들어 죄책감을 느끼는 아내는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여러 번 시도합니다. 옆에서 그녀를 돌보는 남편이 있으나 오랜 기간 간병으로 몸과 마음 모두 지쳐 있는 상태라 점점 아내에게 무관심해지고, 결국 살해하기로 결심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살해를 정당화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그렇게까지 마음먹도록 방치한 그 무엇에 주목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상황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저는 위 두 기사를 읽으면서 ‘돌봄’과 ‘책임감’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습니다. 첫 번째 기사처럼 돌보아야 하는 대상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것이 어떤 계기로 인해 힘들고 지칠 때 한순간 사람이 변해버리기도 합니다. 이러한 변화를 조금이나마 방지할 수 있는 것은 필요한 서비스를 제때 지원하고 관심을 쏟는 것입니다.






우양재단에서는 2022년부터 희귀난치성질환 환자를 위해 필요한 유동식을 지원해 드리고 있습니다. 2022년에는 ‘서울대학교병원 의료사회복지팀’과 협업하였고, 작년에는 ‘사단법인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도 참여하여 총 두 개의 기관과 함께 사업을 진행하였습니다. 기본적으로 희귀난치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 중 일반식 섭취가 어려운 사람이 대상이며 경제상황을 고려하여 지원했습니다. 특히 환자 본인에게 맞는 유동식 제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는데, 이는 환자 및 보호자로 하여금 큰 만족을 얻을 수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 유동식을 지원하는 단체가 적을뿐더러 

이렇게 지원하더라도 제품을 자유롭게 

고를 수 있게 해줘서 진정으로 도움이 되었습니다."


유동식 지원 대상자 A씨




또한, 지원 대상의 연령 기준도 제한을 없애 폭넓게 지원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희귀난치성질환을 앓고 있는 어르신도 지원했습니다. 이는 참여 기관 담당자의 의견에서도 그 중요성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 연령 제한이 없다는 것은 

타 단체와 차별성이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주로 영유아나 아동에 지원이 쏠려 있는데, 

우양재단은 그렇지 않아서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유동식 지원 대상자 B씨



유동식 지원 대상자들이 지원받은 물품들.





2023년에 진행한 사업에는 유동식 지원만 있었던 것이 아니었는데요. 희귀난치성질환 환자를 돌보는 보호자를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마련했습니다. 서두에서 말씀드렸듯 누군가를 돌보는 일은 참으로 고된 일이기 때문입니다. 서울신문에 연재되었던 글을 모아 책으로 발간한 <간병살인, 154인의 고백>을 보면, 가족 구성원의 질병이나 장애가 가족 전체를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걸 적나라 하게 보여주는데요. 


이 책에는 정말 다양한 배경(직업, 소득상황, 집안환경)을 가진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그러나 이들에게 있어 단 하나의 공통점이 있는데요. 바로 가족 중 한 명이 아프게 되면서 가정이 파국으로 치닫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아픈 사람을 위해 지출해야 하는 많은 병원비부터 부담하기 힘든 병원비로 인해 가족 누군가가 돌봐야 하는 돌봄의 문제로 연결됩니다. 이는 곧 서두에서 언급한 기사의 60대 남성처럼 직장을 그만두어야 하는 상황으로 번집니다.

 

간병 문제를 선도적으로 잘 다루고 있는 일본의 시부에 치하루 마이니치신문 기자는 다음과 같이 말하기도 했습니다.


(일본에는) 가능하면 끝까지 집에서 책임지고 가족을 돌봐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더 많다. (중략) 간병의 짐을 사회와 타인과 나눌 수 있어야 한다. 결국 간병 가족들에게 ‘쉴 권리’를 보장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우양재단에서는 이러한 짐을 소박하게나마 덜어드리기 위해 환자의 보호자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도록 지원하였습니다. 간병을 하느라 가까운 곳으로 드라이브를 가기도 힘들고, 외식조차 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이번 사업을 통해 환자의 보호자분들은 작은 소망을 이루었습니다.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각자도생의 분위기가 점점 더 강해지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사회에서는 아픔을 겪게 되더라도 나누지 못하고 혼자(또는 가족 안에서) 해결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다 보면 고립되고 맙니다. 아프면 아프다고 말할 수 있는 사회. 아픈 사람에게 손을 뻗어주는 사회. 나도 언젠가는 아프고 병들 수 있다는 진지한 성찰을 통한 공감. 아프고 아픈 사람을 돌보더라도 삶 자체를 포기하지 않게 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의 시작은 ‘관계’가 아닐까요?



실제 돌봄의 장면은 돌보는 사람과 돌봄을 받는 사람이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며 서로를 만들어내는 과정이다. 모두 서로에게 반응하고 서로의 반응을 초대하는 일종의 능력을 발휘할 것이 요구된다. 그들은 모두 반응할 수 있는, 혹은 감응할 수 있는 몸이어야 한다는 것을, 돌봄을 받는 몸 역시 감응가능한 몸으로 이 관계에 참여한다.

김영옥 외, <새벽 세 시의 몸들에게>



사업1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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