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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봉사단 동행이야기]할머니~ 저희 왔어요!

2017-10-12


토요일 아침, 늦잠을 물리치고 온 가족이 분주합니다. 5학년 준희도 친구와의 약속을 미루고 아빠, 엄마와 차에 올라탑니다. 우선 푸드스마일즈 우양에 도착해 쌀과 잡곡, 계란 그리고 추석선물로 특별히 준비된 건어물 박스를 싣습니다. 집에서부터 챙겨온 사과 상자와 함께 트렁크가 가득 찹니다. 매달 이렇게 가족이 함께한지 사계절을 보내고도 반년이 더 지났습니다. 우리는 푸드스마일즈 우양의 가족봉사단입니다.

 

오늘 방문할 가정은 두가정이예요. 저희집에서 가까운 홍제동에 사시는 할머니 두분을 만나뵈러 갈꺼예요.”

취재차 동행한 기자에게 준희가 오늘 일정을 안내합니다. 가족봉사단활동을 시작할때만해도 막 4학년에 올라가던 준희는 벌써 5학년 2학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그간의 경험이 준희의 마음도 키웠을 것입니다. 엄마의 눈에는 그것이 보이고 그래서 대견합니다.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준희 잘 따라 나서고 매달 할머니들댁에 방문하는 것에 책임감을 느끼기도 하는 것 같아요. 막상가면 쑥스러워서 몇 마디 못 건네도 돌아올 때도 있지만 할머니들이 워낙 준희를 예뻐하시는 걸 본인도 느껴요.” 


 

 

산비탈에 언덕 위 할머니의 집이 있습니다.

 

먼저 방문한 복자할머니댁은 아주 가파른 비탈길 위에 있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인왕산 등산코스 초입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쌀과 먹거리 꾸러미를 싣고 차로 그 비탈을 올라가는 동안 양옆으로 등산객들이 보입니다.

그래도 작년 가을엔 이 길이 새로 정비되었어요. 잘 미끄러지지 않게 길도 포장하고 한쪽엔 인도를 만들기도 했더라고요. 할머니가 오르고 내리실 때마다 한결 수월하실 거예요.”

운전을 담당하는 아빠는 할머니 댁까지 이르는 가파른 비탈길이 늘 걱정입니다. 눈이나 비가 오면 다니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날이 맑을 때에도 무릎이 많이 약해지신 복자할머니에게는 너무 위험한 길이기 때문입니다. 차가 올라갈 수 있는 길 끝에 주차를 하고 이젠 쌀을 매고 올라가야합니다. 이런저런 먹거리꾸러미를 세식구가 나누어 들고 복자할머니댁으로 향하는 여정은 계속 됩니다. 집 근처에 다다르자 할머니의 모습이 보입니다. 오늘 방문하는 날인 것을 알고 벌써부터 집 앞에 나와계십니다.


잘 지내셨죠?”

익숙한 인사를 나누며 할머니댁으로 들어갑니다. 판자집을 개조하여 만든 부엌이 나오고 준희네 세식구와 할머니가 들어가서 앉으면 꽉 차는 작은 방이 나옵니다. 먹거리를 전해드리고 추석인사도 하기 위해 자리에 앉습니다. 아프시다던 무릎은 좀 어떠신지, 멀리서 일하시는 아드님 소식은 들으셨는지, 긴 추석연휴동안 복지관에서 오는 밑반찬없이 어떻게 식사를 하실런지 궁금하고 걱정되는 일이 많습니다. 그런데 할머니는 연실 싱글벙글입니다. 팍팍한 일상은 어제 오늘이 아니고 또 살면 살아지는 거라며 오늘 준희와 가족들이 할머니댁에 방문한 그 자체가 즐거우시답니다. 걱정의 말은 이쯤하기로 합니다. 기자가 동행한 김에 할머니까지 함께 가족사진을 한 장 남기기로 하였습니다.

벌써 복자할머니를 찾아뵌지 일년반이 넘었는데 생각해보니까 사진이 한 장도 없어요. 얼마전에 그 생각이 들더라고요. 마침 기회가 좋네요. 오늘 저희 가족사진 한 장 찍어주세요!”

엄마의 요청에 가족들뿐아니라 할머니도 기분 좋게 카메라 앞에 섭니다. 누가 뭐래도 영락없이 가족입니다. 얼마 후면 할머니의 작은 방 한쪽면에 엉성하지만 정겹게 붙어있을지도 모르는 사진입니다


 

 

할머니가 준비해주신 우유 한팩은 사랑입니다.

 

먼저 방문했던 복자할머니댁이 가파른 골목위에 있어 힘들었다면 이제 방문할 말이할머니댁은 오래된 연립의 반지하방입니다. “이 집이 방금 다녀온 복자할머니댁보다는 넓고 부엌도 있지만 늘 습한 반지하방이에요. 말이할머니는 외로움도 많이 타시는 편인데 눅눅한 방에 혼자 계시면 몸도 마음도 우울해지실 것 같아서 안타까워요.”

말이할머니댁은 반지하방이지만 깔끔하게 정리된 집이었습니다. 집이 누추하다며 부끄러워 하셨지만 아흔을 바라보시는 나이에도 부지런히 집을 가꾸시나봅니다. 가족들이 집에 들어오자마자 작은 주전자에 커피물을 올리십니다. 한두번 사양해 보기도 했지만 작은 것이라도 나누고 싶어 하시는 할머니를 말릴 수 없었습니다.

 

말이할머니는 저희가 올 때면 커피한잔, 준희를 위한 우유 한 팩이라도 꼭 준비를 해두셔요. 저희가 사양하려고 하면 무척이나 섭섭해 하셔서 이제는 감사한 마음으로 받고 있어요. 지난 설에는 본인 손주에게 주고싶었는데 손주가 오지 못했다며 준희에게 새배돈도 주셨어요. 주고싶어하는 마음이 너무 간절해서 감사히 받고 그 다음번에 올 때 저희도 먹을 것을 좀 더 챙겨왔죠.”

푸드스마일즈 우양은 기본적으로 매달 어르신들에게 전해드릴 쌀과 잡곡, 계란 그리고 비정기적으로 준비되는 기타 먹거리를 준비합니다. 그리고 때로는 준희네가족처럼 봉사단가족이 개별로 준비하는 먹거리가 추가 될 때도 있습니다. 준희네 가족은 명절을 맞아 빚이 고운 사과를 준비했습니다. 푸드스마일즈 우양에서도 특별히 건어물 세트가 나왔습니다. 종합선물세트를 구경하듯 온 가족이 둘러앉아 그 상자를 열어봅니다. 미역, , 진미채, 멸치 한상자 그리고 약과까지 다양하게 담겨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게 여기 다 있네~” 흐뭇해하시는 할머니를 보니 덩달아 기분이 좋아집니다. “올해 추석에도 손주는 못 볼 것 같아. 딸과 사위가 멀리 살고 다들 바쁘다보니 잠깐 왔다 갈때도 손주는 데리고 오기가 어려운 가바. 그래서 나는 우리집에 오는 손님중에 준희가 제일로 예뻐. 우리 손주도 딱 요맘때 나이거든.” 준희를 바라보는 할머니의 눈빛에서 꿀 뚝뚝 떨어지는 이유를 알았습니다. 맛있는 커피도 타주시고 준희를 위한 과자와 우유를 챙겨주시고도 돌아가는 준희네 식구들에게 줄게 없다며 미안해 하시는 할머니를 꼭 한번 안아드렸습니다. “아프지 말고 식사 잘 챙겨드시고 계세요. 또 올께요~” 매번 하는 인사지만 그 인사에 담긴 마음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더 짙어집니다.

 

준희는 가족봉사단 최연소 봉사자입니다!

 

얼마 전 준희는 일기에 두 분의 할머니이야기를 적었습니다. 할머니들 앞에서 다 보이지 못한 마음이 일기에 고스란히 적혀 있습니다. 준희는 푸드스마일즈 우양의 가족봉사단 중에서도 손에 꼽히게 어린 봉사자입니다. 이렇게 만나게 된 김에 몇가지 이야기를 더 나누어 보았습니다


 

푸드스마일즈 : 간단하게 가족과 자기소개를 부탁해요^^

 

가족봉사단 임준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