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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자에 이걸 넣을까 말까, 그리고 오리는 어떻게 할까

2022-10-17







가난하다고 취향이 없는 것은 아니야


지난 여러날 일터인 우양재단에서 바빴다.  한 후원자님이 몇천만원을 주셔서 가정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에게 

롱패딩을 지원하고 싶다고 하셨기 때문이다.  (후원자님, 고맙습니다~!) 뜻도 좋고 날도 추워지고 롱패딩 신상품은 아이들 것이라도 

20여만원 하기 때문에 형편이 어려운 집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꼭 필요한 아이들이 받아갈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


보통 이런 경우, 작년이나 재작년 팔리지 않은 재고를 싼 값이 사서 나누어주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  

가난하다고 취향이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아무리 가난해도 가끔은 존중받는 느낌 그리고 선택할 수 있다는 느낌을 주고 싶다.  

그래서, 올해 새로 나온 네파Nepa의 어린이 패딩 정품으로 했고 아이들이 원하는 색과 사이즈도 직접 고를 수 있게 했다.  

다른 단체들에서 들었는데, 가난한 이들에게 그냥 나누어줄때 색도 사이즈도 묻지 않고 주어서 맞지도 않고 아이들도 안 입는다고 해서

받고 나서 더 슬펐다고 한다.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  








천 명 가까운 롱패딩이 필요한 아이들


사업의 취지에 네파에서도 공감을 해 주셔서, 감사하게도 할인을 많이 받아서 소비자가와는 많이 차이가 나게 하면서도 

새 제품을 할 수 있었다.  


공지문도 정성들여 만들고 여러번 수정하고, 패딩 업체, 중간 공급 대리점, 후원자님 등등과 이야기하면서 진행하고 문의전화도 많고 

기한내에 업체로 다시 선정명단을 넘겨야해서 생각했던 것보다 힘이 들었다.  중간에 아침 저녁으로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면서 

본래 준비된 패딩은 200여벌이었는데 거의 천명 가까운 어려운 환경에 있는 아이들을 위한 신청서들이 들어왔다.  



 



슬픈 이야기지만, 그냥 경제적으로 어려운 아이들은 너무 많아서 어차피 다 줄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었다.  

그래서, 내려입을 동생들이 있는 아이들을 고르고 또 그런 아이들도 너무 많아서 다른 어려움도 있는 아이들 위주로 선정했다.   

가정폭력의 어려움, 미혼모나 다문화 가정 등, 장애가 있거나...   심지어 난민이거나 형제 자매가 여섯명인 아이들도 있었다.   

세상엔 왜 이렇게 힘든 집들이 많은 것일까.  돕는 일을 직업으로 해도 가끔은 이런 생각으로 슬퍼진다.  




상자안에 안내지를 넣을까 말까


여러 사람들이 도와주어서 그래도 잘 마무리가 되어서 날이 추워지기 전에 패딩이 전달 될 수 있게 되었는데, 고민이 하나 생겼다.  


보통 이런일을 하면 보내는 상자 안에  어떤 단체에서 어떤 취지로 보낸다거나  어떤 후원자님이 어떤 취지로 하시는 일이다.... 등의 

안내지나 카드가 들어가는데, 이걸 준비하려고 하다가 마음이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물려받을 동생들이 있는 아이들 위주로 선정하다보니 초등학교 고학년들이 여려명 있었다.  요즘 아이들은 사춘기도 빨리 오니까 

마음이 민감한 아이들이 많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안그래도 가난해서 이것저것 여기서 지원받고 도움 받아서 사는데,  

모처럼 완전히 새 패딩을 받는데 상자를 열자마자 어떤 도움에 대한 내용이 보이면 과연 마음이 좋을지 나쁠지 생각이 복잡해졌다.   


나의 상상은 더 나아가, 어떤 집에서는 부모가 이렇게 패딩을 신청 했다고 말도 안 했을 수 있고, 

네파에서 상자가 오면 마치 선물처럼 당당하게 아이에게 주고 싶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  물론 그건 거짓말이다.  

하지만, 내가 엄마라면 한번은 그러고 싶은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어떤 아이는 그 상자안에 우리 단체 이름이나 후원자 이야기가 있으면, 자기도 커서 돕는 사람이 되겠다... 는 

기특한 생각을 할 수도 있을것 같지만. 





하지만, 이 두 생각 사이에서 왔다갔다 하던 나는 결국은 상자안에 아무것도 넣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네파 본사에서 물건이 가기에 네파에서 아이에게 직접 보내는 형태가 되어서 일반 가정에서 부모가 돈주고 사서 

택배배송 시키는 것과 전혀 구분이 되지 않게 했고, 우리 단체나 후원자 이야기는 아이들이 직접 볼 상자에는 보이지 않게 했다.  

단지 우양재단 홈페이지에는 후원자님 이야기등을 적어서 단체나 부모님들이 필요하면 볼 수 있도록 했다.  


여러해 돕는 일을 하면서 이번 고민은 내 자신에게도 낯설었다.  어린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들을 보낼 때는 예쁜 카드도 넣곤 했다.  

좀 큰 아이들이나 대학생들이나 어른들을 도울때는 오히려 후원자나 일의 취지에 대해 정확하게 설명하고 나중에 이런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부탁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번 일은 유난히 헷갈렸다. 




아이들 마음 걱정으로도 모자라 오리 걱정까지 


이 뿐만이 아니었다.  롱패딩으로 가난한 아이들을 돕는 것은 좋지만, 나는 오리들도 걱정이 되었다.  따뜻한 패딩 한 벌을 위해서는 

오리털을 많이 뽑아야 하니, 사람이 따뜻하자고 오리털을 많이 뽑는 것도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네파 패딩은 동물복지 기반으로 

생산되기에 걱정은 좀 덜했지만, 그래도 신경이 쓰였다.  동생들이 많은 아이들 위주로 선정하기로 한 이유에는 아이들의 많으면 

경제적으로 힘들다는 것이 이유였지만,  오리도 그만큼 신경이 쓰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지문에 이런글과 사진도 넣었다. 


"옷을 내려입으면 좋은 점이 또 있습니다. 패딩 하나를 만들려면 오리털을 여러마리에서 많이 뽑아야 한답니다.  

그러니, 내려입고 오래 입으면 오리도 좋을 것 같습니다.  가능하면, 오리들에게도 그리고 아이들에게도 다정한 일을 하고 싶습니다!"






아무도 다치지 않는 무해한 도움을 꿈꾸다


누군가는 내 이런 고민이 쓸데 없거나 또는 너무 섬세해서 문제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그 말도 맞다.  

그런데, 뭐랄까... 나는 이런 고민들 속에서 제대로 돕는 것이 뭔지, 과연 내가 어떤 변화를 만들고 있는지, 

내가 도움을 받는 누군가에게 힘든 순간을 주지는 않았는지 생각하곤 한다. 돕는다는 이름하에 많은 일들이 되고 있는데, 

그 일들에 대해 가끔은 더 넓게 더 깊게 그리고 더 섬세하게 생각해보곤 한다.  


더 현명하고 사람들의 마음 (그리고 오리들의 마음까지)을 다치지 않고 존중까지 줄 수 있는 도움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하면 

그건 불가능한 소원일까. 나는 오늘도 무해한 도움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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