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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아리와 송아지에게 엄마를 돌려주세요 - 어린이날, 어버이날에

2020-05-05

가정의 달 5월, 어린이날과 어버이날도 바로 얼마 전.

온 세상이 사랑과 효도의 훈훈한 이야기로 가득찬 이 때, 나는 심술스럽게 이 글을 쓴다. 욕 먹을 각오도 하고 나 홀로 절박하게. 



태어나서 처음으로 가 본 양계장 


얼마전 태어나서 처음으로 양계장들을 방문했다. 아이들을 위해 곱게 단장된 체험 농장이 아닌 진짜 양계장들을. 우리가 날마다 사먹는 달걀들이 오는 곳이다. 나는 독거어르신 등 어려운 이웃들을 먹거리로 돕는 우양재단에서 일하는데, 좋은 달걀 생산처를 확보하려고 간 것.


먼저 방문한 무항생제 달걀 생산처는 청년 사장이 아버지를 도와 운영하는 깨끗하고 있는 모범적인 곳이었다. 방문한 우리에게도 친절하고 예의바르게 모든 곳을 보여주어 무척 고마왔다. 암탉 10만마리가 좁은 공간에서 달걀을 최대한 낳도록 빛, 온도, 습도 조절되며 공장식으로 운영되어서 놀라기는 했다. 무정란이지만 좋은 가격에 위생적으로 관리되는 무항생제 달걀이었고, 이보다 잘 운영하기도 어렵겠다는 생각을 했다. 


두번째 갔던 곳도 무척 좋은 곳이었다. 다년간 양계 경험을 쌓은 한 탈북청년이 소신을 가지고 운영하는 곳이었다. 천마리 정도의 닭이 뛰놀고 수탉과 암탉이 만드는 유정란들이 나오는 곳. 유정란이라 따뜻하게 해주면 실제로 병아리들이 대부분 달걀에서 나온다고. 청년이 들어가면 닭들이 무리지어 따라 다닌다고 했다.

직접 방문했던 공장식 양계장면, 위생적으로 관리되고 있었고 공간은 좁았다.  


직접 방문했던 동물복지 양계장. 닭들이 자유롭게 지낸다.

 마당이 따로 있고 달걀 낳는 집 같은 곳도 있다. 



내가 만났던 양계장의 닭들의 일생


그런데도 돌아오는 길에 나는 울상이 되었다. 두 양계장의 청년들은 각자 최선을 다하며 닭들을 돌보고 달걀을 생산하고 있었지만, 현재 달걀을 시장가에 맞추어 상품성 있게 생산한다는 것이 닭과 병아리에게 어떤 의미인지 알게되었기 때문이다... 갔다온지 며칠 되어서 조금 햇갈리지만, 내가 들은 양계장 닭의 일생은 공장식이든 동물복지식이든 다시 적어보면: 


암병아리가 알에서 나와 80일 좀 지나면 되면 알을 낳기 시작한다. 숫병아리는 병아리때 죽이거나 키워서 싼 닭고기로 판다. 일년 반정도 될때까지 80%나 그 조금 이하로 달걀을 낳는다, 즉 열흘중에 8일은 달걀을 낳는다. 1년 반정도 되면 달걀이 상태가 살짝 전만 못해지기 시작하고 달걀 낳는 비율이 점점 떨어진다. 그러면, 안 좋은 닭들을 고르는 것도 아니고 전체 천마리나 몇만마리 단위로 (이것 하는 업체가 따로 있다는데), 그냥 죽여서 버리거나 아니면 갈아서 사료나 다른 무슨 재료로 쓰거나 세마리에 만원하는 닭튀김이나 그런것을 한다고 한다. 그리고 처리된 그 전체 단위로 더 어린 닭들을 상품성 있는 달걀을 낳기 위해 들여온다. 


닭은 자연속에서 제대로 살면 10년 넘게 산다고 한다. 그런데, 공장식이건 동물복지식이건 그날 봤던 닭들 포함해서 요즘 닭들은 2년도 못살고 알을 좀 적게 낳기 시작하면 저세상으로 단체로 보내지는 것이다. 닭도 생명인데, 태어나서 알만 죽어라 낳다가 알 좀 덜 낳는다고 그냥 한꺼번에 보내버리다니. 



내가 거의 매일 마시는 우유를 주는 소의 일생


닭 때문에 울상이던 나, 차 타고 돌아오는 길에 갑자기 우유를 주는 소가 궁금해졌다. 함께 갔던  동료들이 정보들을 찾아보니, 소도 똑같은 상황이었다. 젖소는 자연에서 잘 살면 평균 20년 길게는 40년까지 사는데, 우리나라 평균 젖소의 수명은 7-10년. 우유 생산량이 줄어들면 도축해서 고기로 판다. 아기소가 태어나면 엄마소로부터 분리되어 2개월동안 우유 먹인다. 왜냐하면 엄마소는 사람 줄 우유를 짜야 하기 때문에. 숫소는 거세해서 소고기소가 되거나 팔리고 암소는 젖소로 키워진다. 숫소의 운명은 수탉의 운영과 비슷하다. 


그런데... 슬픈 것은 사람과 똑같이 암소도 임신을 하고 송아지를 낳아야 우유가 나오지 그냥은 안 나온다는 것이다. 그래서 인공수정으로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면서 우유를 생산하다가, 거듭되는 임신출산에 허약해져서 우유 생산량이 떨어지면 죽여서 하등급 소고기가 되는 것이다! 이상은 내가 지어낸 것이 아니고, 농촌진흥청의 도움말로 작성된 다음의 버튼에 쉽게 설명되어 있다:  

우유를 만들기 위해 매년 송아지를 낳는 젖소     >



아기들에게 엄마를, 엄마들에게 아기를 


양계장 탐방에 나섰던 그날부터 나는 인간인 것이 미안해졌다. 나도 애도 낳고 모유도 먹여 보았다.

우리 인간들은 정말 너무한 것 아닌가? 


우리가 애들에게 읽어주는 동화책의 그림들과는 달리… 병아리는 엄마 닭 품에서 알을 깨고 나오지 않으며 부화기에서 태어나 엄마 얼굴 단 한 번 볼 일 없이 평생 알만 낳다가 일찍 죽는다. 송아지는 태어나자마자 엄마 소로부터 분리되어 엄마 젖은 유축기와 인간들에게 빼앗기고 키워져서 주로 인공 수정을 통한 임신·출산을 반복하며 우유를 만들다가 일찍 죽는다. 이게 현실이다. 동화책 그림들을 전혀 사실이 아니었던 것이다. 엄마 닭은 병아리 얼굴은 보지도 못하고 알 품을 일도 없고, 엄마 소도 자기가 낳은 송아지 핥을 새도 없고 눈망울 들여다 볼 일도 없다. 병아리나 송아지들은 엄마라는 존재를 알기나 할까? 엄마소나 엄마닭은 그렇게 평생 살면서도 정말 괜찮을까?


이 아름다운 어린이날 그리고 어버이날, 사람도 힘든 일 많아 죽겠는데 동물까지 이야기 하는건 뭐냐고 욕먹을 것을 뻔히 알면서… 이런 글 쓰려면 혼자 닭 키우고 소 키워 우유 짜먹고 살라는 말 들을것을 뻔히 알면서…그리고 알고 나면 세상에 먹을 것 없으니 알려 하지 말고 그냥 먹으라고 할 것도 뻔히 알면서… 그래도 써 본다: “ 제발 병아리와 송아지에게 엄마를 돌려주세요. 엄마 닭과 엄마 소에게도 아기들을 돌려주세요!” 


[우양, 세상과 만나다]는

우양재단에서 여러해 일해온 정유경님 (#순간에머물다)이 우리 삶과 우양재단의 만남에 대해 쓰는 글들입니다. 



덧붙이는 말: 

그날 같이 갔던 두명의 우양재단 남자 동료들, 인간 남자로 태어난 것이 천만다행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왜? (숫병아리로 태어나면 어떻게 되는지와 숫송아지로 태어나면 어떻게 되는지는 위의 글 안에...  하지만, 암병아리나 암송아지가 더 나은지는 모르겠다고 여자인 나는 답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