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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아래 땅 한 뼘과 세가지 소원] 필리핀 마을텃밭 이야기

2019-10-10

 

저희가 돕는 마을의 아이들이 커가는 텃밭의 초록 야채들과 줄을 맞추어 옹기종기 일렬로 앉아있습니다.  

 

온 세상의 가난한 사람들에게도 

이들이 먹을 수 있는 채소를 심을 수 있는 한 뼘의 땅이 허락 될 수 있으면 참 좋겠습니다. 

 


하늘 아래 한 뼘의 땅을 찾아서

우리가 흔히 가난한 지역이나 나라의 사람들에 대해서 가정하는 것이 있습니다. 산업이 발달되지 않았으니 빈땅이 많을 것이니 그 땅에 뭐라도 심어서 먹으면 되겠지라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가난한 이들이라고 다 농사나 텃밭 재배를 할 줄 하는 것은 아닙니다. 도시 빈민의 경우, 농사를 배운적도 볼 수 있는 기회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더 중요하게는 가난한 이들에게는 한 뼘의 땅도 허락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집도 자기 소유가 아니므로 무엇을 심을만한 공간 여유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나마 공간이 있다고 해도 해가 잘 들지 않는 그늘진 틈새 공간인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나라처럼 정부에서 도시텃밭 정책을 가지고 있어서 상자텃밭등을 지원하는 것도 아니고, 가난한 사람들일수록 무엇이든지 돈 주고 사먹어야 하는 역설적인 상황은 야채와 과일이라고 해서 예외가 아닙니다.  

 

푸드스마일즈 우양이 돕고 있는 필리핀 나보타스의 탄자 지역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들의 매일의 식탁에서  채소와 과일은 좀처럼 보기가 힘듭니다. 그나마 음식을 살 수 있는 약간의 돈이 있을때에는 쌀이나 밀가루와 같은 생존에 필요한 음식을 먼저 사야 하기 때문에 채소같은 신선한 식품을 사기가 쉽지 않습니다. 일단 주린 배를 채워야 하므로 신선함이나 영양은 이차적이 됩니다.  이러한 어려움은 우리나라의 가난한 이들에게서나 심지어 선진국의 가난한 이들에게서도 보이는 것으로, 가난한 이들의 좋은 먹거리에 대해 생각하는 저희 푸드스마일즈 우양에서도 최근 이삼년 동안 주목하고 있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궁리에 궁리를 거듭하다

이런 어려움을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도와보고자, 저희 푸드스마일즈 우양의 지원으로 마을 사람들은 여러해전 마을텃밭을 시작 했습니다. 저희 푸드스마일즈 우양은 여러해 필리핀의 나보타스 지역의 가난한 마을을 현지의 Tulay Foudation을 통해서 돕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만들어져있던 텃밭이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여러해전 그 지역에 있던 쓰지 않은 땅을 한시적으로 빌려서 텃밭을 시작했었습니다. 처음에 흙도 퍽퍽하고 심은 채소 종류와 토양이 맞지 않아 고생하고...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어느 정도 되고 있을때, 주인이 그 땅을 다른 용도로 써야 한다고 해서 텃밭을 중지해야 했습니다. 또한 우리나라에도 많이 있는 일이지만, 텃밭이 있던 가난한 지역이 개발이 되면서 우리가 돕던 필리핀의 마을 사람들이 반강제로 이주를 해야 했습니다. 즉, 도시빈민의 강요된 이주인 셈이지요. 텃밭 부지를 주인이 어차피 다른 용도로 써야 했기에 계속 할 수 없었지만, 정부의 도시빈민 이주 정책 때문에도 어쩔 수 없이 힘들게 일구던 텃밭을 뒤로 하고 떠나야 했습니다. 상하고 힘이 빠졌지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하늘 아래 땅 한 뼘이 아쉬운 순간이었습니다.  

 

이주가 어느정도 진행된 다음, 새 지역에서 다른 땅을 찾아서 다시 시작을 했습니다. 이번 땅은 감사하게도 오랜 기간 사용할 수 있다고 허락을 받은 땅입니다.  흙을 메꾸고, 재배를 시작하면서 여러해가 지났습니다. 처음에는 공터의 구덩이 들을 메우고 물을 끌고 지지대를 세우고 기본적인 시설을 하는데 비용이 들었습니다. 비용만이 아니라 당연히 노동력도 들었는데, 마을 사람들의 도움으로 많은 부분이 시간은 걸려도 진행되었습니다.  

 

올해는 많은 비로 땅에 물이 고이는 경우가 많아서 화분에 일부 심는 방법을 시험해 보고 있습니다. 

 

마을 텃밭을 재배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것은 사실입니다. 텃밭이나 농사나 모두 하늘에 달린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어떤 때는 수확이 잘 되어서 신나는데, 어떤때는 노력을 많이 해도 결과가 좋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최근에는 필리핀에서도 날씨 변동이 심하면서, 태풍도 자주 오고 비도 많이 와 침수를 당해서 땅이 아닌 화분에 채소들을 많이 심었습니다. 바나나, 구아바, 깔라만씨 등 비가 와서 잠겨도 상관이 없는 나무들은 그냥 땅에 심고, 아닌 것들을 화분을 이용해서 재배하면 효과적인 부분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변화하는 상황과 날씨속에서도 궁리를 거듭하며, 마을 텃밭은 계속 됩니다.  

 

이 마을 텃밭은 마을 사람들과 마을의 청소년과 어린이들이 함께 채소와 과일을 키우고 나누는 장입니다. 여기서 재배하는 채소들은 마을 주민들에게 나누고 일부는 저희 푸드스마일즈 우양에서 지원하는 어린이집에서의 백여명의 아동들의 급식의 요리재료로 쓰입니다. 스스로 키웠으니 믿고 먹을 수 있어서 한결 좋습니다. 

 

텃밭에서 마을 아이들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텃밭에서 자라는 것은 채소만이 아니다

마을 텃밭은 가난한 이들이 쉽게 구하지 못하는 채소와 야채를 구할 수 있는 곳도 되지만, 동시에 마을 사람들의 소통과 협동의 장이기도 합니다. 가난한 마을의 경우 살기가 힘들고 어려운 일이 많이 때문에 마을 주민간의 갈등이 생기거나 각박해지는 경우도 생각보다 많습니다. 마을 텃밭 활동은 이러한 주민들 사이의 어려움을 완화시키는 장이 되기도 합니다.  

 

채소를 키우는 마을 텃밭이 마음도 키우는 마음 텃밭이 되는 이러한 효과는 사실 이곳 필리핀만이 아니라, 우리나라와 선진국에서도 이야기되는 것이기도 합니다. 마을텃밭을 통해 마을 사람들이 가까와지고 갈등이 완화될 수 있습니다. 홀로 고립되어 지내는 사람들에게는 사람들을 만나고 같이 채소를 키우는 사람들끼리 서로 격의 없이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마을 텃밭에서 자라는 것은 채소와 야채만이 아닙니다. 마을의 귀여운 아이들도 자라고, 각박한 생활에서 웅크리고 작아졌던 어른들의 마음과 이해심도 자라납니다. 이처럼 마을 텃밭은 채소를 심을 수 있는 한뼘의 땅조차 갖지 못한 이들에게는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해서도 소중한 기회입니다.  


이 글을 쓰면서 다음의 세가지를 마음속에서 소망하는 제 자신을 봅니다: 먼저, 온 세상의 가난한 사람들에게도 이들이 먹을 수 있는 채소를 심을 수 있는 한 뼘의 땅이 허락 될 수 있으면 참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 마을 텃밭에서의 시간이 아이들의 어린시절을 힘들게 하는 가난속에서도 보석처럼 반짝이는 순간으로 기억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마을의 어른들도 지친 마음을 쉬어가고 상처받은 마음을 돌보는 시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는 여러분과 저도 가끔은 흙을 만지며 마음을 쉬고 착해질 수 있길 바랍니다. 우리는 필리핀의 가난한 마을 사람들보다는 부자일지 모르지만, 마음까지 넉넉할지는 알 수 없으니까요.  

 

이러한 세가지 소원을 담아 아래 짧은 시를 여러분과 나누며, 이 글을 맺습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여러분.  


내가 가장 착해질  

 

이랑을 만들고

씨를 뿌리며

흙을 만질 때 

나는 저절로 착해진다

 

서정홍, “나라말", 2012

 

 

글: 정유경 _ #순간에머물다